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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본질 (계절, 절기별 축제와 우리의 생활)

발도르프 학교의 축제는 왜 계절별로 있을까?

다시 한 번, 리듬의 중요성

매일매일 발도르프에서 제 글을 많이 읽으셨다, 하시는 분들은 리듬에 관한 글도 읽으셨을텐데요, 발도르프 학교는 리듬에 기대어 굴러갑니다. 절기, 계절도 리듬이라고 할 수 있죠. 리듬이 워낙 중요한 부분이다보니 계절별, 절기별 축제 혹은 행사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사실 역사적으로도 계절/절기별 행사는 우리의 삶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의 생활에 의미를 주었고,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죠. 우리 선조들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봐도 인간은 이러한 행사들속에 둘러싸여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어쩌면 모든 인류가 가지고 있는 이런 계절/절기별 행사는 우리를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 모여 즐겁게 축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것일지도 모르겠네요. 😊

저는 석사공부를 하며 논문을 발도르프 학교안에서의 다양성의 중요성, 그 중에서도 특히나 세계의 축제에 집중했는데요, 여러 문화권의 축제를 조사하다보니 다시 한 번 깨우친 사실이 있어요. 바로 계절/절기별 축제는 모든 문화권에서 생활과 관련된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계절, 절기별 축제와 우리의 생활

사실 미국의 발도르프 학교에서 행해지는 많은 축제들은 유럽에서 건너온 기독교 배경의 축제들이 많아요 (그리고 그 사실이 저의 논문 주제를 정해주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행사들이 틀리다거나 옳지 않다고는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생활의 일부이자 의미였을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축제의 본질을 아는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예요.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계절/절기별 축제를 대체 왜 기념하며 (celebrate의 한글판 단어가 딱 와닿는게 없어서 축하, 기념을 번갈아 쓰고 있네요) 대체 아이들의 발달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이제까지 발도르프 학교에서 담임을 맡으면서 빼먹지 않고 했던 일이 매 학년을 시작하기 전에 각 가정에서 어떤 행사를 기념하는지 조사하는거였어요. 생각보다 미국 가정에서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보다 동지(winter solstice)를 기념하는 가정도 많고 유대인 명절인 하누카(Hanukkah)를 기념하는 가정도 꽤 많더라고요.

매 년 이런 명절(?)때마다 그 가족을 초대 해 특정 명절에 대해 잘 모르는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했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반 아이들은 자신의 같은반 친구가 사는 세계에 대해 더 깊고 넓은 이해를 할 수 있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사실 우리가 기념하는 축제나 행사들이 세계의 곳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워지는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용기, 힘, 끈기, 동정심/공감력, 호기심, 기쁨, 존경심이 우리 삶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1년의 축제들

저는 미국에 있어 미국 발도르프 학교에서 기념되는 축제에 중심을 두었지만, 한국에서 일 할 때도 비슷한 고유 명절과 기념일이 있었어요. 참고해서 읽어 주세요. 😊

9월, 미클마스

1년의 리듬을 찬찬히 보면, 각 축제의 본질이 과연 무얼까 곰곰히 생각하게 돼요. 예를 들어, 9월 말에 보통 기념되는 미클마스 (미샤엘)을 볼게요. 겉으로만 보면 네, 맞아요. 성자 마이카엘(미샤엘)이 용과 싸워 이긴 이야기를 듣는, 유럽기반의 기독교적 이야기이죠. 이야기를 살펴보면 대천사 마이카엘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용과 맞서 싸우고 이겨요. 용기가 대단하죠. 그런데 대체 왜?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걸까요?😓

이야기의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이 축제의 본질은 사실 우리의 삶 속의 ‘용’과 맞서 싸우는 용기를 가지는거예요. 삶 속에서 보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맞서 싸우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도망치고 숨기에 급급한 사람들도 많아요. 틀리고 잘못되었다는게 아니라 이런 축제를 통해 다시 한 번 내 안의 용기를 기억하고, 끄집어내는 시간을 가진다는것에 의미를 두는거죠. 마이카엘이 용과 마주하며 변화를 거쳤듯 우리도 삶에서 “용”과 마주치며 이를 다루고 변형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그 과정의 일부는 외부적으로, 일부는 내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지금 제 이야기를 읽는분 중에 이게 아이들의 성장과 어떤 관련이 있지? 라고 아직도 의아해 하시는 분이 계실 거 같은데요, 나이가 어린 아이들일수록 학년 초에 새로운 환경으로 던져지게 됩니다. 꼭 유치원-1학년의 순서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특히 발도르프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라면 매 학년 초에 모르는 선생님과 모르는 친구들이 가득한 환경으로 용기내어 들어가야 하죠.

사실 이건 북미 (혹은 가을에 새학년을 시작하는 국가 – 제가 정확히 잘 모르네요🥲)에 국한 된 예시일수도 있지만 제가 사는곳이 북미니 제 경험에 토대어 말해볼게요. 새 환경으로 들어가는 매년의 이 시기에 성자 마이카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용기에 관한 노래를 부르며 일년을 시작하는거예요. 제가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엔 이맘때에 건초를 가득 가져다 학교 정원이 따듯하게 겨울을 날 수 있게 덮어주기도 했었어요. 두 손을 이용해 땅과 밀접하게 일하며 생명의 과정을 발견, 관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 함께하면서 우리의 삶을 받쳐주는 기본적인 용기와 끈기를 연습하게 되기도 하죠.

11월, 마틴마스

가을로 접어들며 나무의 이파리는 떨어지고 날은 점점 어둡게 되죠. 11월 11일, 마틴마스의 계절을 기념하는데요, 성자 마틴은 군인이던 시절에 추운 겨울날 길가에서 떨고있던 사람에게 기꺼이 자신의 코트를 반으로 갈라 나눠주죠. 일면식도 없던 사람과 따듯함을 공유 한 건데요,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동정심과 공감능력을 사용하게 됩니다.

점점 어두워지고 추워지는 이 계절에, 타인과 따듯함을 공유하는 이야기라니, 공감력과 동정심을 끌어올리는 이야기라면 그것으로 충분히 마틴마스의 본질이 되지 않을까요? 댓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친절이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 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마틴마스는 마치 보물과도 같아요. 다른사람을 위해줄 수 있는 능력은 어둠이 점점 짙어지는 이 시기에 내면의 발전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요, 존경심, 공감력/동정심, 그리고 감사를 갖는 마음을 더욱 더 크게 만들어주죠. 내가 가진 무언가를 남과 나눌 수 있는 능력은 정말 흥미로운 능력이예요. 내가 가진것을 타인에게 주지만 사실은 내가 지키고 있는것이죠. 주고 받는 행위를 하며 그 사이에 유지되고 있는 균형이 있으며, 내가 가진것이 필요한 이가 누군지 구분해내고 또 기쁜 마음으로 전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죠.

유치원-초등 저학년 나이대에서는 이맘때쯤 랜턴워크(등불축제)를 많이 하기도 해요. 어둠 속에서 다같이 온기와 빛을 나누며 학교 주변을 걷는 행사랍니다. 학교마다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데요, 제가 일했던 한 학교에선 고학년이 꾸며준 일루미나리를 따라 걷기도 했었고 또 다른 학교에선 등불을 들고 다같이 동네 산책을 하기도 했어요.

12월, Winter Spiral (겨울 나선문양)

11월에는 점차 어두워지는 시기였다면 12월은 빛이 거의 없는 시기인데요, 한창 깜깜할 그 시기에는 winter spiral, 겨울 나선무늬의 축제가 있답니다. 나선무늬 축제라고 하기엔 조금 뭔가 어색하지만서도, 대체 할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네요. 역시 유럽 기반의 기독교 배경에서 온 날인 대림절(Advent; 강림절)을 기념하며 시작 된 행사이지만, 요즘은 많은 학교들에서 그냥 이 시기인 겨울을 기념하며 행해지는 행사예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몇 세기 전 독일의 바이에른 지역의 농부들에게서 이 전통이 시작되었는데, 이끼와 고사리같은 양치류의 식물을 모아 나선문양을 만들고, 사과에 양초를 꼽았다고 해요. 잊혀져가던 이 전통은 발도르프 교육을 통해 다시 알려졌고, 이후에 전 세계로 퍼져 빛의 축제라고 알려지게 되었지요. 그런데 왜 하필 나선문양일까요? 나선 문양은 우리의 삶, 자연(광물, 식물, 동물)세계에 대한 깊은 인식, 그리고 인류의 정신을 상징한다고 해요.

winter spiral; 겨울 계절 절기 축제; 겨울 나선문양

아이들이 나선문양을 따라 걷는것을 경험하는 것은 자신의 태어남을 되새기는 행위로도 볼 수 있어요. 모두가 이 세상에 빛을 가지고 오죠. 나선 문양의 겉에서 안쪽으로 걸을때는 어둠 속에서, 중간에서 불을 밝히고 나올때는 빛을 가지고 오는데요, 이로써 아이들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더 밝게 만드는 목적을 가지고 왔다고 이해할 수 있겠죠.

빛을 온전히 즐기며 축복하는 축제이며, 내적의 힘도 만만치 않게 필요한 행사예요. 주위는 적막하며 어둡고 또 꽤나 신비하기까지 하거든요. 인간의 삶 속에서 ‘숭배’는 빼 놓을 수 없는 행동인데 (신, 날씨, 대자연, 등등) 이 축제 또한 빛에 대한 숭고함을 담고 있죠.

숭배(혹은 기쁨, 기념)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과연 어떨지 생각을 해 보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통해 그 경험과 감정을 축제를 통해 꾹꾹 눌러 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그렇게 함으로써 그 경험과 감정들의 품질과 성격을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할 수 있게 되겠죠.

봄 축제

거의 매 달 행사가 있던 가을-겨울을 지나 빛이 들기 시작하면 사랑이 샘솟는 새 생명의 계절이 시작되는데요, 봄 축제의 대표적으로는 한국에서도 많이들 기념하는 발렌타인 데이가 있어요. 하지만 미국 교실에서는 (특히 초등학교까지는) 연인이나 이성과의 사랑이 아닌 친구 관계를 기념하는 날이기도 해요. 서로에게 카드를 써주고 함께 노래를 부르죠.

봄 축제의 또 다른 대표 행사로는 부활절이 있는데요, 이 날은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세상을 내다보고 삶을 축하함으로써 성장과 변화에 참여하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 부활절 행사는 정원을 준비하고, 씨앗을 심고, 싹을 돌보는 것에 기쁨과 끈기 있는 참여 능력을 요구하며, 내적 장벽에 맞서고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한데요, 한국의 기념일과 비교하자면 식목일과 비슷한 것 같아요.

새 생명이 태어나는것을 도와주고 관찰하는데 아이들에겐 정말 의미가 큽니다. 매년 행해지는 행사지만 매번 변화된 모습이기때문에 같은 축제라도 내면으론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인생의 다음 단계로 이끌어져 나가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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