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에…
몇년 전, 발도르프 교사과정을 배우며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인지학을 배우면 배울수록 혼동되고 개인적인 종교관이 너무 널뛰어서 교수님과 대화 후 작성한 글이 있는데요,
그때의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에 있으니 제 혼동을 함께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눌러 글을 읽어주세요.
발도르프 교사로써 많이 받는 질문
오늘은 발도르프 교육과 인지학의 종교적인 관계(? 측면?)은 살포시 옆으로 치워두고,
아이들이 경험하는 발도르프 교육이 어떤 면에서 종교적인 색이 있는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고요,
교회에서 발도르프 교사다, 라고 저 자신을 소개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떨떠름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발도르프 교육이 받고 있는 제일 큰 오해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또 반대로 이런 경험도 있지요.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께 발도르프 교사라고 소개를 하면 아, 그 기독교 색 아주 짙은 학교…? 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어요.
발도르프의 종교색에 의문점이 있는 분들,
발도르프에 대해 오해가 있으신 분들,
“저희 가족은 크리스쳔인데 발도르프 학교에 보내도 되나요?” 하시는 분들,
“우리 아이에게 벌써부터 한가지 종교에 대해서만 가르치고 싶지 않아요.” 하시는 분들,
그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고싶어 야심차게 준비했습니다.
이 글에서 제가 오늘 모두 알려 드릴게요! 😃
발도르프와 종교의 연관성
그래서… 발도르프는 종교색이 짙은 교육인가요?
에 대한 대답을 해 드리려 하는데요,
여기서 ‘종교적’에 대한 나의 정의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요.
일단 위 질문에 간단하게 답하자면 보는 시각에 따라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답을 찾아 여기까지 오신 분이라면 저의 대답으로 더 혼동되실 수 있는데요, 조금 더 길게 답해 드릴게요.
일단 한줄로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발도르프 교육은 특정 종교와 연결되어있지 않아요.
네, 맞아요. 수업 내용중에 (카톨릭, 기독교 배경의) 성자/성인 이야기가 있고, 천지창조 이야기가 있어요.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 있어
-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연결고리로만 사용될 뿐,
- 발달 시기에 맞게 다양한 종교에서 온 이야기를 통해 ‘배움’을 할 뿐,
- 이야기 속에서 ‘나’를 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뿐,
특정 종교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은 전혀 아니예요.
커리큘럼과 종교색
커리큘럼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볼게요.
1학년 (만 6-7세)
발도르프 학교의 1학년 아이들은, 동화를 통해 세상을 배워요. 다양한 동화(fairytale)을 들려주는데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어떤 사람들은 행복하고, 어떤 사람들은 슬프다는걸 받아들이고 이해하죠. 별 거 아닌것 같지만 사실 이 작업은 아이들의 영혼에 놀라운 일을 해요. 다른 감정들을 이야기를 통해 배우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 주위의 세상에 대해 배우는 거니까요.
2학년 (만 7-8세)
아이들이 더 자라 만 7살이 되면, 이야기를 통해 좋음과 나쁨이 공존함을 배우고 전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죠. 그래서 필요한게 이야기인데요, 발도르프 학교의 2학년 아이들은 성자/성인들의 이야기와 동물이 나오는 우화(예: 이솝우화)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됩니다. 이 나이때의 아이들은 세상의 긍정적인 면을 배우고 습득 할 준비가 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성인군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거예요. 가톨릭교를 전파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런 점들을 배울 수 있게 하는거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성자/성인 이야기는 꼭 가톨릭 기반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거예요. 핵심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한, 불교 기반 이야기도 좋고 힌두교에 기반한 이야기도 괜찮다는거죠. 종교에 상관 없이 열악한 상황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베푼 성자/성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어느 이야기라도 모두 적절하다 볼 수 있어요.
3학년 (만 8-9세)
발도르프 학교의 3학년 아이들은 구약성경에 기반한 히브리 사람들에 대해 배우는데요, 종종 발도르프 교사로써 학부모님들의 걱정아닌 걱정을 들어요. “우리 아이에겐 종교의 자유를 주고 싶어요.” 등이라던지, “우리 아이는 종교에 노출이 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라던지요. 그런데요, 이 나이때의 아이들은 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나의 세상을 넓혀가고 있어요. 어른들의 지식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어떤것이 옳고 어떤것이 그른지 알고 싶어하는 욕망이 큰 나이죠. 구약성경은 이런 면에서 활약을 하게 되는데요, 히브리 사람들의 도전과 투쟁 이야기는 이 나이때 아이들의 도전, 투쟁 정신을 반영해요. 아이들은 이 이야기들을 종교적인 이야기로 받아드리기보다는 나를 보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는거죠. 아주 중요한 영혼의 양식이예요.
4학년 (만 9-10세)
그렇다면 초등학교 4학년의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학년인데요, 발도르프 학교를 다니는 이 나이때 아이들은 북유럽 신화에 폭 빠져 살게되요. 역시나 이 나이때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영혼의 양식, 아니 축복이라고 할 수 있죠. 신들의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전혀 없고 모험으로 가득 차 있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커리큘럼이랍니다. 또한 이미 미디어에 노출이 된 아이라면 (특히 마블시리즈) 토르와 로키의 진짜 배경이 뭔지 알아갈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기도 하지요.
5학년 (만 10-11세)
4학년 아이들은 북유럽 신화에 대해 배우고 학년이 하나 올라 5학년이 되면, 발도르프 학교의 5학년 아이들은 그리스 신화에 대해 배워요. 이 나이때 아이들은 4학년 아이들보다 더 넓게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가 5학년에 더 적합합니다. 북유럽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라면 그리스 신화는 신화 속에서 역사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야기를 통해 고대 그리스인의 세상속에서 신화와 역사가 충돌하고 어떻게 풀려 나가는지를 볼 수 있어요.
6학년 (만 11-12세)
발도르프 학교의 6학년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모하메드의 삶에 대해 배우고, 더 나아가서 로마인들의 이야기도 배우게 된답니다. 유치원에서 1학년으로 들어가며 한차례 다리를 건넌 아이들은 이 나이때가 되면 또 한차례 루비콘을 건너게 되죠. 이 나이때 아이들은 아직은 보호막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아주 조금만 맛볼 수 있는 곳에 서 있는데요, 세상을 알아가며 ‘물질의 힘’에 대해 배우죠. 물질의 힘을 알게되며 아이들은 우리가 좋으나 싫으나 점점 물질주의적이 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어른들의 역할은 그 본능에 기반해 올바른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끌어가는건데요, 그 때 큰 역할을 하는것이 고대 로마인들의 이야기예요.
로마인들이 땅을 정복하고 세계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이야기들은 이 나이때 아이들에게 있어 가려운곳을 긁어주는 완벽한 요소라고 할 수 있죠. 또한 예수 그리스도와 모하메드의 삶은 6학년 커리큘럼에 경건함을 한 스푼 얹어주는데요, 기독교인들에겐 타 종교(이 경우에는 이슬람이겠죠?)에 대한 이해력을 얻고 비 기독교인들에겐 기독교와 이슬람에 대한 측면들을 알 수 있게 합니다.
7학년 (만 12-13세)
이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학생들이라고 단어를 바꿔야 할 것 같네요. 발도르프 학교의 7학년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이야기가 중요하지만, 동화, 신화를 거쳐 이제는 역사이야기로 이어져요. 이 나이때 학생들은 역사 이야기들을 통해 세상을 탐험을 할 준비가 되는데요, 이 시기에 르네상스 시대, 탐험가들의 항해, 그리고 종교 개혁 등을 배우게 된답니다. 이런 내용을 배움으로써 현재 우리가 사는 곳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배우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8학년 (만 13-14세)
8학년의 학생들은 너무나 광대한 세상에 대해 배워요. 1700년부터 1900년까지의 역사를 배우게 되는데 그 내용엔 너무나 많은 주제들이 있죠. 산업 혁명, 발명가들, 혁신가들, 그리고 그 시대의 ‘인플루언서’들까지.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학생들은 탐험을 계속해서 하게 되고 세상에 대한 이해도 더 깊이 할 수 있게 됩니다.
고등학교 (만 14-18세)
‘상급학교’라고 부르는 발도르프 학교의 고등학교 과정. 9학년부터 12학년을 상급과정이라고 하는데요, 이 때의 학생들은 독립적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어른들이 필요한 나이예요. 독립적인 성향과 아직은 어른들이 주는 정서적 편안함이 필요한 그 사이에서 많은 학생들은 이 시기를 괴로워 하는데요, 내면과 외면의 조화를 추구하는 이 나이때에 또 필요한 커리큘럼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기의 학생들은 현재를 통해 역사를 탐험하게 되는데요, 이제까지 해 왔던 배움과 이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배우기 시작해요. 사람들은 어떻게 그들이 하는일에 동기 부여를 받는지, 어떻게 다른 역사적 시기들이 세상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었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결론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래요. 제가 콕 집어서 말하고 싶었던 점은 발도르프는 종교적인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이렇게 학년별 커리큘럼을 풀어씀으로 인해 그것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어요. 물론 이 한 페이지로 모든 요소와 궁금증이 해결이 되지 않을 걸 알지만, 그래도 제일 겉쪽의 궁금증 껍질(?이라고 해야하나요?)은 벗겨졌길 바랍니다.
더 궁금한 점이나 추가하고 싶으신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코멘트 달아주시고요.
답변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꼭 답변 해 드리도록 할게요.




2 Comments
수퍼밍
2024-11-23 at 4:04 am성경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3학년 맘입니다:)
dailywaldorf
2025-01-21 at 4:51 pm안녕하세요! 답변이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방금전에 도움이 되실만한 포스트를 발행했어요.
비종교적인 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이유 (3학년) 참고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