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 끈에 달랑달랑 채워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짝 발에 딸각딸각 신겨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빗다 버린 면빗인가요.
우리 누나 방아 찧고 아픈 팔 쉴 때,
흩은 머리 곱게 곱게 빗겨 줬으면.

<1929년, 윤석중 팔순 기념 동요집 여든 살 먹은 아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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