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의 리듬
1년의 생김새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조사를 해 보신 분들은 발도르프 교육에서 리듬을 학습의 중요한 요소로 본다는 걸 이미 잘들 아실 텐데요, 오늘은 학습안에서 삶의 리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볼게요. 학교에서 지내는 (각 학년의) 1년은 특별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 특별한 방식이란, 집중과 이완, 정신적 및 육체적 작업, 움직임과 휴식, 듣기와 참여, 보기와 실행 등 이런 경험의 건강한 균형을 구성하고 더 발달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수업은 아동의 생각, 감정 및 의지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업 말고도 아이들은 매일 탄탄하게 만들어진 리듬을 통해 생활하죠.
리듬의 순기능
선생님은 학생들이 새로운 교과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반복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2~4주마다 정기적으로 활동을 변경함으로써 아이들의 흥미도와 주의력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리학적으로도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학급의 학생들을 제일 잘 아는 것은 역시 담임 선생님이겠죠? 선생님은 학급 아이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에 맞게 다양한 활동을 계획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이를 변경할 때도 있답니다.
리듬의 필요성
학습에 있어 리듬이란 엄격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꽤 유연하며 어린이의 필요에 따라 교사가 지시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우리 흔히들, 일요일 저녁에 무기력하고 다음 날을 생각만 해도 진저리치는 증상을 ‘월요병‘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그런 증상이 금요일에도 나타날까요? 어른에게조차 월요일과 금요일이 주는 느낌이 이렇게나 다른데, 몸의 감각이 세상에 더 열려있는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크게 다가올까요? 출근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매일매일의 느낌이 같다는 건, 절대 없을 수 없는 일이랍니다. 월요일 아침은 금요일 아침과는 매우 다른 품질(?),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여기에서 선생님의 능력이 펼쳐지게 되는데요, 아이들이 요일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그 요소를 선생님은 수업 계획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사알짝 다른 이야기지만, 리듬 하면 또 발도르프 학교에서 계절 축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년의 흐름을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이 기념하던 것처럼 우리도 기념하고 즐기는 것이죠. 제가 한국의 발도르프 학교에서 일을 했을 때는 한국 전통의 기념일(단오 등)을 기념했고 미국에 와서는 미국/유럽 기념일을 즐겼답니다. 이러한 계절 축제는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균형과 연속성을 통해 큰 틀의 리듬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아주 단단한 공동체 경험을 형성하게 합니다. 실제로 발도르프 학교를 방문해 보신 분은 1학년부터 8학년까지 잘 어울리는 쉽게 모습을 보셨을 거예요.
잊는 것과 기억하는 것
흠. 그렇다면 이쯤에서 많은 분들이 가지실 질문이 “그래서 리듬이 아이들이 학습하는데 어떻게 작용하나요?” 일 것 같은데요, 서두가 조금 길었죠? 발도르프 교육의 학습 과정은 위에서 반복했듯 배움에 리드미컬한 접근 방식을 사용합니다. 네, 맞아요. 반복학습입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배우는 내용을 말로 반복해 ‘외우는’ 학습은 아닙니다.
시간표의 비밀
수업중에는 정기적인 연습이 필요한 부분과 새로운 내용 학습을 조화롭게 사용해 시간표를 만드는데요, 수업 내용뿐 아니라 시간표를 짤 때도 수업의 특성을 살린답니다. 예를 들면, 반복과 연습이 필요한 수업은 외국어, 음악, 수학, 국어와 같은 수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새로운 경험, 즉 교육 내용은 이전에 배운 내용이 동화될 수 있는 기간 후에 소개됩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능력이 될 때까지 연습하는 것은 리듬의 두 가지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침공부의 적용
아침공부를 들여다 볼까요? 제가 아침공부는 2~4주마다 한가지 에포크에 집중한다고 한 적이 있어요. 아직 아침공부 글을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공부’가 이루어 지는데요, 2주에서 4주동안 언어/수학/과학/역사 중 한가지 주제에 집중해 깊이 파고 든답니다. 예를 들면, 4주동안은 매일 아침공부 시간에 철자를 배우고 다음 4주는 사칙연산을 배우는 것이죠.
아침공부의 숨겨진 뜻
여기에는 아주 큰 뜻이 숨겨져 있는데요, 사실은 이것은 학습 내용을 잊고 기억할 수 있음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리듬입니다. 주어진 주제에 대한 2~4주의 집중 기간 후, 그 주제에 대한 학습은 중단되고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새로운 주제에 대한 경험과 학습은 휴식기 사이에 배움으로, 그리고 그 지식은 곧 능력이 됩니다. 이 능력은 가까우면 몇 주 후, 아침공부 시간에, 멀면 먼 훗날 다시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학습을 통한 개인 경험을 더 넓은 맥락으로 기억하는 것은 학습 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기억의 열쇠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온 기억은 상황적, 반사적 기억에서 추상적 기억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리고 리듬과 기억의 중요성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기억유형을 강력하게 활용하지요. 상황을 기억하는 상황적 기억은 저학년의 건강한 일상을 통해 연습되고 강화되며, 리드미컬한 기억은 구구단 학습, 시, 속담, 노래 및 외국어 어휘를 암기하는 것과 같은 구술 학습에 사용된답니다.
능동적 기억은 복잡한 공유 상황을 기억하고 복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수업에서 매일 연습하는 주요 기술입니다. 좋은 기억은 개인이 자기 경험에 기반해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감정 반응을 자극하는 힘이죠.
기억의 또 다른 열쇠는 문맥입니다. 모든 지식의 전달은 학생에게 의미 있는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상력이 추가된 교육은 학생들이 학습 내용과 관련하여 상상하거나 마음속으로 그림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편안함은 능동적인 기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교사는 수업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하지요.

위의 그림은 제가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위클리 플래너인데요, 여기도 보시면 리듬이 숨어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요일에 색이 입혀져 있어 아직 요일 개념이 없는 아이에게도 ‘오늘은 빨간색 날이야. 빨간색 날은 집을 청소하는 날이지?’ 등 집에서도 리듬을 사용할 수 있죠. 학교에서도 비슷합니다. 아직 요일 개념이 없는 1학년 아이들에게는 ‘보라색 날은 어떤 수업이 있는 날인지 누가 혹시 알까요?’와 같이 질문 할 수 있습니다.
자, 이로써 우리의 생활 안에서, 그리고 학습과정 안에서 리듬이 큰 도움이 된다는게 느껴지시나요?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글이랍니다
•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3일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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