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제가 발도르프 교실에서 음악 활동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음악 교육에 대한 철학은 어떠한지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이 글과 다음 몇 개의 글에서는 노래 부르기에 특별히 집중해 글을 쓸 것인데요, 오늘은 킨더가르텐이라고 많이들 하시는 발도르프 유치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노래 부르기 활동에 대해 알아볼게요.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방법
사실 이미 어른이 된 우리는 많이 둔해졌지만, 매우 어린 아이들은 우리가 거의 헤아릴 수 없는 방식으로 본인들의 주변 환경과 얽매여져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그들 주변을 탐색하곤 하죠. 아이들은 자고로 항상 육체적 발달을 위해 힘쓰고 있고 또 세상을 알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요. 시각과 청각을 사용하고 자잘한 감각영역을 다 끌어모아 주변 세상을 나의 몸에 흡수시키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와 같이, 아이들의 주변 환경, 기분, 그리고 그들이 시간을 보내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자극은 그들에게 좋거나 나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무방비 상태의 아이들이 그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자라도록 도울 수 있는 것들에만 노출된 것을 보는 데 많은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죠.
킨더가르텐의 환경
발도르프 유치원은 보는 이에게 ‘이곳이 매우 따뜻하고 화목한 세상이구나!’ 라고 느끼게 합니다. 어른들에겐 향수를 느끼게 하거나 ‘나의 유치원도 이랬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하고, 아이들에겐 선생님이 부드럽게 노래를 불러 새로운 활동과 이야기를 시작하는, 마법과도 같은 곳이지요. 아이들은 이 마법 같은 곳에서 선생님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며 계절이나 어떤 특정한 활동이나 임무와 관련된 새로운 노래들을 모방하여 배웁니다. 놀이와 망치질, 만들기와 소리 지르기의 행복한 불협화음을 경험하죠. 하지만 그뿐이 아닙니다. 보다 체계적이고 엄숙한 이야기 시간을 조화롭고 선율적인 도입부를 리듬감 있는 호흡으로 경험하기도 합니다.
음악의 역할
음악은 아이들의 삶의 필수적인 부분으로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노래로 말을 표현할 때, 지구에 존재하기 전에 지내던 곳으로 더 가까이 이동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스스로 지상의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그러나 예술을 통해 인간은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둘러싼 세속적인 일들을 멈추고, 다시 한번 그가 지구 이전에 존재하던 영혼-영적 요소에 접근한다.
Rudolf Steiner
5음계; Pentatonic Scale
슈타이너는 이 나이대의 아이들을 위해 “5음계“의 멜로디를 사용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5음계는 우리 전통 음악에도 많이 있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음계입니다. 그 예로 아리랑이 있고요. 물론, 우리나라 고유의 음계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슈타이너는 왜 5음계로 이루어진 노래를 부르기를 권장했을까요?

왜 5음계인가?
슈타이너는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마치 꿈속처럼 떠돌아다닌다고 말했습니다. 약 만 9살이 되면 상당한 고통과 함께 개인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아직 그 단계에 발을 들이지 못한 아이들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둥둥 떠다닌다고 했죠. 어린아이들은 유치원이 전부인 세계에서 살고, 1학년은 마치 바다의 물거품처럼 주변 환경과 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교실에서 생활합니다. 이런 아이들의 나이적 특성을 존중해,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들은 아이들처럼 동동 떠다니는듯한 느낌의 노래여야 합니다. 그 말인즉슨, ‘도’도 없으며, ‘제일 낮은 음이다’라고 생각되는 음도 없고, 특별한 음계도 없는 멜로디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 입니다. 선생님에게 있어서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노래를 작곡하는 것이 조금 힘들겠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더 5음계에 집착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노래의 끝맺음
5음계 노래책을 조금 찾아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요, 5음계로 이루어진 노래 대다수는 단조(멜로디 적으로 슬프고 어두운 느낌을 주는 노래)이며 정말 많은 ‘도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곡을 조금이라도 공부하신 분이라면 ‘도’로 내려와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아시겠지만, 발도르프 교실에서 5음계로 이루어진 노래를 부를 때에 중요한 점은 노래의 끝은 마지막 음은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 노래는 ‘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신 몽환적이고 동동 떠다니는 느낌을 주기 위해 4도나 5도에서 노래를 끝내야 합니다.
어른들은 이런 멜로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상하다, 혹은 어색하다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거의 일생을 노래, 악기, 그리고 작곡과 함께 한 저도 그러니까요. 작곡을 배우게 되면 1도인 ‘도’음에서 끝나지 않는 것은 끝맺음이 되지 않은 노래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완성이 되지 않은 곡이라는 말이죠.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마지막 회가 오픈 엔딩으로 끝나는 것과 같이, 노래도 4도나 5도로 끝나게 되면 아이들은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현실로 ‘쿵!’ 하고 내려오지 않고 계속 둥실둥실 떠다닐 수 있겠죠.
교실 안의 음악
이와 같은 “떠다니는” 노래들은 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통합될 수도 있고 아침 활동의 일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우리처럼 운율이나 음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어떤 어른들보다 훨씬 더 쉽게 음악을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오직 이런 노래만 배우는 건, 아무래도 힘들겠지요? 어린이들은 되도록 5음계로 이루어진 노래를 배우되 민요, 노동요, 계절요 등이 유치원과 저학년 교실에서 끊임없이 불린답니다.
노래부르기 학습
교사는 성별에 상관없이 노래할 때 높고 은은한 목소리를 사용해야 하며, 아이들이 지시가 아닌 모방으로 특유의 목소리와 호흡법, 그리고 노래의 분위기를 배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호흡과 함께 선율을 끌어안고 그 움직임을 우아함과 느낌으로 위아래로 느낄 수 있는 이것이 아이의 학교생활의 첫 번째 예술적 호흡 수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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