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 교육은 종교적인 학교가 아니지만, 많은 발도르프 학교에서 3학년 커리큘럼의 일부로 창조 이야기를 포함한 구약 성경 이야기를 가르칩니다. 그렇다면 왜 발도르프 학교는 성경 이야기를 가르칠까요? 기독교인 학부모도, 비 기독교인 학부모도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주제인데요, 발도르프 학교에서 3학년때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것은, 단순히 종교적 가르침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발도르프 교육 철학과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교육적 배경이 있습니다.
대체 어떤 교육 철학이 이런 내용을 가르치게 하냐고요? 제가 샅샅히 모두 알려드릴게요.
‘9년 변화 (9-year-change)’
제가 이제까지 많이 말했듯이 발도르프 커리큘럼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어요. 7년마다 오는 7년주기가 있듯 만 9세 무렵에도 ‘9년 변화’라고 불리는 중요한 심리적, 정서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시기가 있는데요, 영어로는 9-year-change라고 하는데 한글 문서로는 이 내용에 관한 문서들이 거의 없네요 (제가 못 찾는것일 가능성이 크지만요). 흔히들 루비콘 강을 건넌다는 이 시기에, 아이들은 세상과 자신이 분리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그로 인해 불안감, 혼란,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구약 성경 이야기중 특히 천지창조 이야기 (creation story), 아담과 이브(하와) 이야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9년 변화중에 있는 아이의 내적 경험과 깊이 연결이 되어 있어요.
- 천지창조 이야기
- 구약 성경의 천지창조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이 질서와 의미를 가지고 창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어찌보면 우리에게 당연한 이 세상이 사실은 처음부터 질서와 의미를 가지고 창조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안정감과 희망을 줍니다. 천지창조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세상의 일부이며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아담과 이브 (하와)
- 아담과 이브(하와)이야기는 쭉 보호받던 에덴 동산을 떠나 독립적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여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예요. 이 이야기는 루비콘 강을 건너며 9년 변화로 인해 분리감과 독립성을 느끼는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 노아의 방주
-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자연과 협력하며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이야기예요. 어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는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내적의 힘을 길러줍니다.
따라서 이런 성경 이야기는 단순히 종교적 문서로서 가르치는게 아니라, 아이들의 내적 발달을 지원하는 심리적, 상징적 이야기로 사용 되는 것이랍니다.
문화, 역사적 문해력
발도르프 교육은 아이들에게 인류의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이러한 시점에서 성경은 서양 문화와 역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매우 중요한 문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천지창조 이야기를 포함한 구약 성경 이야기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양 예술, 문학, 음악, 윤리적 사고 등, 인간의 기초 문명과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문화의 연결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성경 이야기와 우리 생활의 연결점
3학년의 커리큘럼은 성경 이야기뿐만 아니라 농사, 정원 가꾸기, 집 짓기 등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주제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런 주제들은 아이들에게 자립심과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에요. 성경 이야기는 이러한 3학년의 커리큘럼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예를 들면,
- 천지창조 이야기는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역할에 대해 배우고,
- 아담과 이브 (하와) 이야기는 노동과 책임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도우며,
-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이야기이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책임의 중요성을 배우게 됩니다.

윤리적 사고
성경 이야기는 용서, 정의, 인내, 희망과 같은 보편적인 인간의 주제를 다루는데요,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이러한 주제를 탐구함으로써 아이들이 도덕적, 윤리적 사고를 발전시키도록 돕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특정 종교적 관점이 아닌, 인류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다른 종교와의 균형
발도르프 학교는 성경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문화와 종교도 가르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예를 자면, 5학년때는 힌두교의 라마야나와 그리스 신화를, 4학년때는 북유럽 신화를 배운답니다. 3학년에서는 천지창조 이야기를 포함한 구약 성경 이야기가 아이들의 발달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주된 초점이 되는거예요.
따라서 발도르프 학교에서 성경 이야기를 가르치는 이유는 종교적인 가치관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랍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삶에 대한 아이의 시각과 경험에 공감하며, 문화적 문해력과 윤리적 사고를 발전시키고, 인간 경험의 보편성을 이해하도록 돕는 중요한 교육적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종교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며 아이들에게 폭넓은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죠.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세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이는 후에 아이들이 균형이 잘 잡힌 어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목적)을 담고 있지요.
발도르프 학교는 종교적인 교육기관이 아니라면서 왜 성경을 가르치나, 하셨던 분들에게 오늘의 이야기로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셨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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